엘리의 정원
빨간 라디오와 할아버지 본문
휴대폰 대리점에서
기기 변경을 하고 있었어요.
그때, 문이 열리며
라디오 소리가 먼저 들어왔어요.
큰 노랫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죠.
라디오를 틀어놓은 채,
할아버지 한 분이 천천히 들어오고 계셨어요.
“핸드폰 바꾸려고.”
조금 어눌한 목소리였어요.
점장이 큰 소리로 대답했어요.
“할아버지는 핸드폰 바꾸실 수 없으세요.”
하지만 할아버지는
조금 전과 똑같은 말로 다시 말씀하셨어요.
“핸드폰 바꾸려고.”
이번에는 점장이
“지난번에 바꾸셨잖아요. 지금은 안 돼요.”
라고 대답했어요.
그 순간,
문득 궁금해졌어요.
이 할아버지는 이 대리점에 자주 오시는 분일까요?
올 때마다 똑같이 말씀하시는 걸까요?
아니면 오늘 정말
핸드폰을 바꾸러 오신 걸까요?
그런데 할아버지가
실제로 구매하지 않을 것 같으니까,
점장이 그냥 돌려보낸 걸까요?
혹은
정말 얼마 전에 바꾸셨는데
할아버지가 기억을 못 하시는 걸까요?
예전 같았으면
그저 ‘안 됐다’며 마음이 짠해했을 거예요.
하지만 요즘의 나는,
그저 안타까워하기보다는
그 뒤에 숨어 있는 이야기가 궁금해져요.
장면에는
보이지 않는 진실들이 숨어 있더라고요.
겉으로는 알 수 없는,
각자의 사정과 이유 같은 것들이요.
할아버지의 라디오 소리가
점점 멀어져 갔어요.
엘리의 정원에서.
언제부터인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어요.
이젠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넘어서,
그 너머의 이야기들을 듣고 싶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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