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의 정원
이 나무에 꽃이 핀다고요? 본문
홍콩야자에 꽃이 피었어요.
처음엔 몰랐어요.
잎 사이에 몽글몽글한 무언가가 생겨나길래
잎이 새로 나려나, 했죠.
하지만 아니었어요.
벌써 3년째 키우는 아이인데,
이런 일은 처음이었거든요.
저는 식물들의 감정을
조금은 읽을 수 있어요.
이 야자나무는,
밖에 있는 걸 유독 좋아했어요.
비가 오면 비를 맞히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맞게 했죠.
보통은 실내 식물이라는데…
얘는 밖에 두는 게 맞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고맙게도,
꽃을 피워 주었어요.
세상에.
이 나무에서, 그것도
현관 계단 한켠,
그늘지고 바람 많은 곳에서
꽃이 피다니요.
홍콩야자는
꽃을 거의 피우지 않아서
그 꽃말이 ‘행운’이라고 해요.
그래서 오늘은,
이 조용한 기적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요.
이 아이도 꽃을 피우느라
아마 힘들었을까요?
엘리의 정원에서.
계단 위에서 조용히 피어난,
기적 같지만, 아주 정직한 행운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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