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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의 정원

휴대폰 대리점에서기기 변경을 하고 있었어요. 그때, 문이 열리며라디오 소리가 먼저 들어왔어요.큰 노랫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죠.라디오를 틀어놓은 채,할아버지 한 분이 천천히 들어오고 계셨어요. “핸드폰 바꾸려고.” 조금 어눌한 목소리였어요.점장이 큰 소리로 대답했어요.“할아버지는 핸드폰 바꾸실 수 없으세요.” 하지만 할아버지는조금 전과 똑같은 말로 다시 말씀하셨어요. “핸드폰 바꾸려고.” 이번에는 점장이“지난번에 바꾸셨잖아요. 지금은 안 돼요.” 라고 대답했어요. 그 순간,문득 궁금해졌어요. 이 할아버지는 이 대리점에 자주 오시는 분일까요?올 때마다 똑같이 말씀하시는 걸까요? 아니면 오늘 정말핸드폰을 바꾸러 오신 걸까요?그런데 할아버지가 실제로 구매하지 않을 것 같으니까,점장이 그냥 돌려보낸 걸까요? 혹..

텃밭을 지나던 어느 날,나는 깜짝 놀랐어요.초록색 장갑이 하나,쫄대 위에서 ‘딱’— 서 있었거든요. “헉… 뭐야, 저거… 설마… 허수아비?” 나는 괜히 눈을 가늘게 뜨고, ‘엘리의 정원에 이런 캐릭터도 있으면 재밌겠다!’생각하며 기묘한 스토리를 막 써 내려가고 있었죠. 하지만 그때,아빠가 나타나 한마디. “그거, 그냥 장갑 말리는 거야.” … …뭐라고요? 🤨 “비 맞았잖아. 젖어서 그냥 꽂아놓은 거야.”하시면서 태연하게 지나가시는 아빠. 그 순간모든 판타지와 허수아비의 로망은사정없이 펑— 하고 날아가 버렸어요. 하지만 웃겼어요.정말 너무 웃겼어요.‘아… 나 또 혼자 너무 몰입했구나…’ 싶어서. 그 초록 장갑은허수아비도 아니었고,비밀스러운 정원 수호자도 아니었지만—이상하게 하루 종일 내 머릿속에 맴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