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전체 글 (2)
엘리의 정원

정신을 차리고 보니 빚이 너무 많아져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이 와중에 일을 힘들게 해서 돈을 얼른 벌어야지라는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성공하고야 말겠다고 커피, 에너지음료를 달고 살면서 잠을 줄이면서 일하고 공부했었던 나인데, 목표가 사라져 버린 나는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몰랐었다. 그렇다고 자포자기한 것도 아니었다. 분명한 건 예전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마음뿐이었다. 어느 날 밤 책상에 차분히 앉아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검색을 해댔다. 그러다가 아주 우연히 라는 강의를 만나게 되었다. 그 강의의 핵심 내용은 주권자가 되라는 것이었는데, 부채의 무게감에서 벗어나서 자유로워지라는 내용이었다. 정부의 제도를 우선 이용하라고 강의에서 강조하고 ..

나의 사랑스러운 세탁기가 열심히 잘도 돌아간다. 독립할 때 산 첫 세탁기이다. 그때는 돈도 없었고, 잠시 쓰다가 중고 시장에 내놓을 요량으로 산 3kg 용량의 세탁기와 벌써 12년째 동거 중이다. 나는 현재 백수다. 백수가 된 지 2년이 넘었다. 몸과 마음이 아팠다. 몇 개월 쉬고 나면 회복되겠지 했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아파졌다. 돈이 떨어졌고, 가족과 친구들한테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세상 지질한 나와 조우하면서 내가 가진 모든 것에 분노가 일었었다. 나의 세탁기에게도. 우리 집은 상가건물 2층에 있다. 배달 오토바이 소리에 신경이 곤두서고 올라오는 담배 냄새에 화가 치밀었다. ‘저 집 망해버렸으면 좋겠다.’ 게다가 이놈의 집 하수구는 정말 자주 막힌다. 주인아줌마한테 전화하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