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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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나는, 실수하지 않는 아이였다.

정원지기 엘리 2025. 5. 11. 17:14

 

국민학교 1학년.

 

처음 받은 숙제는

종합장을 삼등분으로 접고

크레파스로 단어를 써오는 거였어요.

 

그리고 선생님은 덧붙였어요.

“크레파스가 번지니까, 뒷면은 쓰지 말아요.”

 

그게 숙제의 규칙이었어요.

 

집에 돌아와 숙제를 하는데

엄마가 물었어요.

“왜 뒷면은 안 써?”

 

저는 선생님 말대로 했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엄마는, 제가 잘못 들은 거라고 했어요.

“종이가 아깝잖아. 뒷면도 써.”

 

그렇게,

뒷면까지 써서 숙제를 해갔어요.

 

그리고 다음 날,

선생님은 제 뺨을 때렸어요.

 

눈물이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흘러내렸어요.

너무 서러웠어요.

 

마침 비가 오던 날이었고

엄마가 우산을 들고 학교로 저를 데리러 왔어요.

 

나는 엄마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어요.

엄마도 따라서 눈시울이 붉어졌고

저를 앞질러

빠른 걸음으로 운동장을 가로질렀어요.

 

나는 그날,

엄마의 씰룩이는 엉덩이를 잊지 못해요.

엄마의 엉덩이

며칠 뒤,

엄마는 학교에 갔어요.

작은 봉투를 내밀고,

아이들한테 빵을 돌렸어요.

 

그건 우리 집에 너무나 큰 일이었어요.

정말 가난했거든요.

그 빵과 봉투가

얼마나 무거웠는지

엄마는 말하지 않았고,

저도 묻지 않았어요.

 

그 이후,

선생님의 저에 대한 태도는 

달라졌어요. 

 

그날 이후로 저는

숙제와 준비물을

강박적으로 챙기기 시작했어요.

 

실수하지 않기 위해,

엄마를 다시 곤란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그리고,

엄마를 원망하지 않기 위해서도요.

 

엄마는 나를

지켜주지 못했고,

저는 늘

그 사실을 모른 척해야 했어요.

 

중학교 때,

학생회장이 되었어요.

 

그 소식을 전했더니

엄마는 “그걸 왜 맡아왔니…” 하며 울었어요.

 

기뻐하기는커녕,

마치 감당할 수 없는 짐처럼 여겼어요.

 

그리고 언젠가

학생회 담당 선생님이 물었어요.

 

“학생회장 엄마가,

어떻게 한 번도 안 오시니?”

 

그 말 이후,

엄마는 또 무언가를 준비했어요.

선생님들 회식을 열고,

그저 그렇게…

말없이 움직였어요.

 

나는 그런 엄마가 싫었어요.

무능하고, 작고,

그리고 미안했어요.

 

그래서 저는

늘 더 잘하려고 했어요.

 

늘 완벽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몰아세웠어요.

 

그렇게 살아왔고,

지금도 가끔은

 

그 아이로 돌아가

있곤 해요.


엘리의 정원에서.

 

 

지금 나는 그 아이를

조용히 안아줍니다. 

그리고, 무던히 애썼을

나의 엄마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건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