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의 정원
조개 본문
옛날 옛적, 아주 깊고 푸른 바다 밑에
작은 조개 하나가 살고 있었어요.
조개는 부드럽고 따뜻한 마음을 가졌지만,
단단한 껍질로 자신을 꼭 감싸고 있었어요.
조개는 바다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요.
물고기들의 노래, 파도의 속삭임,
달빛이 물에 닿는 소리까지도요.
하지만 껍질을 꼭 다문 채로만 살았어요.
바깥세상이 무서웠거든요.
어느 날, 작은 모래알 하나가
조개 속으로 들어왔어요.
모래알은 날카롭고 아팠어요.
조개는 깜짝 놀라 더욱 껍질을 꽉 다물었어요.
"아파..."
조개가 울먹였어요.
하지만 단단한 껍질이 속삭였어요.
"괜찮아, 내가 지켜줄게."
모래알은 나가지 않았어요.
조개는 어쩔 수 없이 그 아픔과 함께 살아야 했어요.
시간이 흘렀어요.
조개는 모래알을 미워하지 않기로 했어요.
대신 부드럽게, 조금씩 감싸주기 시작했어요.
껍질은 조용히 지켜보며
조개가 다치지 않도록 보호해 주었어요.
조금씩, 아주 조금씩
모래알 주위로 무언가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둥글고, 부드럽고, 신비롭게 빛나는 것이요.
더 많은 시간이 흘렀어요.
조개의 따뜻한 사랑과 껍질의 든든한 보호 속에서
작은 모래알은 아름다운 진주가 되었어요.
진주는 무지갯빛으로 반짝였어요.
모든 아픔이 빛으로 변해 있었어요.
"우리가 함께 만든 선물이야."
조개가 진주를 바라보며 속삭였어요.
이제 조개는 더 이상 무섭지 않았어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껍질을 열기 시작했어요.
진주가 바닷물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어요.
온 바다가 그 빛으로 환해졌어요.
헤엄치던 물고기들이 멈춰 서서 감탄했어요.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걸 본 적이 없어요!"
조개는 조용히 미소 지었어요.
이제 자신의 보물을 세상과 나누고 싶었어요.
조개도, 껍질도, 진주도
모든 것이 하나의 부드러운 빛이 되어
천천히 수면 위로 떠올랐어요.
그리고 그 빛은
깊은 잠에서 깨어나는
한 소녀의 평화로운 미소가 되었어요.
EP.16 정원 끝, 작은 대화
피코: "좋은 꿈 꿨어?"
엘리: "응... 바다 꿈이었어. 정말... 깊고 아름다운."
요요: "가장 깊은 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태어나는 법이지."
▽🌿엘리의 정원 잊혀진 문 앞에서 브런치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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