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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의 정원
이제는 말할 수 있어요 본문
얼마 전, 쿠팡 물류센터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어요.
주변에서는 겁을 주는 이야기들이 많았어요.
“엄청 힘들다”, “지옥이다”… 그런 말들이요.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다녀왔어요.
예전에 유통회사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어서
쿠팡 물류센터는 어떻게 운영될까, 궁금하기도 했어요.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찝찝해 보이는 작업화를 신었고,
제 사이즈는 없어서 헐렁한 신발을 신고 하루를 보냈어요.
조끼도 낡고 더러워 보였지만, 그냥 입었어요.
처음에는 소분 업무를 맡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무전이 오더니, 다른 구역으로 인원을 지원해 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다른 곳으로 보내졌어요.
그곳에서는 화물차가 도착하면
RT(롤테이너, 바퀴 달린 구르마)를 끌고 화물차에서 내리기도 하고,
소분된 상품이 실린 RT를 다시 실어 보내는 작업을 했어요.
키 작은 제가 그 무거운 롤테이너를 끌고 다니는 건,
생각보다 훨씬 버거운 일이었어요.
결국 화물차에 직접 실지는 못하고,
그 근처에 두는 것까지만 할 수 있었어요.
그랬더니 같은 일을 하던 남자분이
짜증 섞인 말투로 물었어요.
“왜 화물차에 직접 안 실어요?”
저는 조용히 대답했어요.
“도저히 힘이 없어서 안 되겠어요.”
그 순간, 마음 한쪽에서
무력감이 스르르 올라왔어요.
‘맞아, 난 힘이 없어. 이 사실을 받아들이자.
허리도 약하고, 버티는 것도 어렵고…
이제는 무리해서 열심히 하지 말자.’
그렇게 혼잣말하듯 마음을 내려놓았어요.
집에 와서 보니까
골반뼈 근처에 멍이 들어 있더라고요.
언제 부딪힌 건지 모르겠어요.
아마 롤테이너를 끌다가 어딘가 스쳤겠죠.
그냥… 그날 하루가 제 몸에도 남았구나 싶었어요.
한때 저는
공연장과 전시장 바닥을 누비던 사람이었어요.
후배들에게 정신력을 강조했고,
남자들에게 밀리지 않으려면 체력도 기본이라 말했죠.
그런데,
그런 저의 마음이
결국 저를 너무 아프게 했다는 걸
번아웃이 오고 나서야 알게 됐어요.
지금은, 말할 수 있어요.
저 못해요.
잘 못합니다.
그리고 이제, 그게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게 나고,
그게 지금의 나니까요.
오늘의 저를
정원 한쪽에 조용히 놓아둡니다.
이 감정이
언젠가 흙이 되고,
꽃이 되기를 바라며.
엘리의 정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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