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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의 정원
아빠의 배낭은 무거워 본문
오늘은 아빠와 함께 시장에 다녀왔어요.
장을 보러 간다기보다는, 그냥 아빠를 따라 걷는 기분으로요.
아빠는 아이쇼핑을 좋아하세요.
싸고 좋은 걸 찾아 발길을 멈추고,
이 가게 저 가게를 훑으며, 마치 그 사이를 유영하듯 걸어요.
그날도 마찬가지였어요.
아빠는 “가자”는 말과 함께
인근에서 소주값이 가장 싼 마트로 나를 이끄셨어요.
사실, 소주는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되는 아빠의 친구 같은 존재예요.
아빠는 소주 중에서도 독한 소주를 큰 병으로, 하루에 한 병씩 꼭 드세요.
술이 없는 자리는 재미가 없다고 아예 피하세요.
오늘도 마트 앞에 나란히 섰는데,
나는 괜히 마음이 복잡해졌어요.
아빠는 늘 마트에서 2,360원짜리 소주를 5~6병씩 사요.
오래된 습관처럼, 익숙한 리듬으로 배낭을 메고 조용히 시장 골목을 걸으세요.
나는 몇 번이나 배달을 시키자고 말했지만,
아빠는 묵묵히, 고집처럼 그것을 반복하세요.
나는 아무 말 없이 아빠 뒤에서 걸었고,
조용히 따라갔어요.
그리고 밥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어요.
자리를 잡고, 메뉴를 보고,
아빠는 소주 한 병을 시키셨어요.
그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어요.
하지만 계산을 하고 나오는 길,
영수증을 본 아빠는 말없이 눈썹을 찌푸리셨어요.
7,000원.
식당에서 마신 소주의 가격이었어요.
나는 순간…
몸속 어딘가가 움츠러드는 기분이 들었어요.
소주를 한가득 담은 무거운 배낭을 메고 다니는 것도,
식당에서 잘 모르고 비싼 소주 한 병을 시킨 것도,
밥값을 낸 것도
모두 아빠의 선택이었는데,
왜 나는 그 안에서 작아지고,
존재를 지우고 싶어 졌을까.
나는 백수이고,
지금은 아빠에게 밥을 얻어먹는 딸이고,
그 순간, 내가 거기 있다는 이유만으로 부끄러워졌어요.
하지만 오늘,
나는 이 감정을 정원 안에 풀어두기로 했어요.
이건 어쩌면,
아빠와 나에 대한 수치심이 아니라,
‘존재하는 나’에 대한 오래된 죄책감일지도 몰라요.
그때 내가 외면하고 싶었던 건 사실 그 상황이 아니라,
그 안에서 조용히 하지만 뜨겁게 소용돌이치고 있던 내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오늘은 그 감정을 지우지 않고,
그저 이렇게 적어둡니다.
수치심도,
정원에 남을 수 있을까요?
언젠가 흙이 되고,
꽃이 되길 바라면서요.
나는 그걸 조금… 믿어보기로 했어요.
🕊️
엘리의 정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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