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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의 정원

이곳은 제가 다시 자신을 만나고, 삶의 진짜 장면을 살아가기 위해 만든 내면의 정원이자, 당신과 함께 숨을 고르며 걸어갈 수 있는 공간이에요.그 여정의 시작을, 이 글로 대신할게요.십여 년간, 사람과 예술, 공동체를 잇는 기획자의 삶을 살아왔어요.공공기관과 문화재단에서 축제, 전시,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하며저는 늘 ‘무대 뒤에서 서사를 만드는 사람’이었어요. 타인의 감정과 흐름을 조율하고,삶의 장면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 일을 했지만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나의 장면을 살아본 적이 있었던가?”그 질문은 조용히, 그러나 아주 깊이 제 안에 남았고그로부터 또 다른 여정이 시작되었어요. 저는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솔직한 내면을 기록하고,그 안에 숨어 있던 감정의 진실과 회복의 씨..

오늘은 피코의 미용 날이었어요.횡단보도를 건너는데,두 할머니께서 우리 앞을 천천히 지나가셨어요. 그중 한 분의카키색 재킷에 쓰인 문장이 눈에 들어왔어요. Ticket to Anywhere꽃 자수가 곁들여져 있었고,그 문장을 보는 순간,마음속에 조용히 바람이 지나가는 듯했어요.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문장 하나가왜 그렇게 따뜻하게 느껴졌을까요. 그 순간, 마음속으로 묻고 있었어요. “나는… 어디로 가고 싶을까?” 혹시 여러분은,어디든 갈 수 있는 티켓이 있다면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오늘은 아빠와 함께 시장에 다녀왔어요.장을 보러 간다기보다는, 그냥 아빠를 따라 걷는 기분으로요. 아빠는 아이쇼핑을 좋아하세요.싸고 좋은 걸 찾아 발길을 멈추고,이 가게 저 가게를 훑으며, 마치 그 사이를 유영하듯 걸어요. 그날도 마찬가지였어요.아빠는 “가자”는 말과 함께인근에서 소주값이 가장 싼 마트로 나를 이끄셨어요. 사실, 소주는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되는 아빠의 친구 같은 존재예요.아빠는 소주 중에서도 독한 소주를 큰 병으로, 하루에 한 병씩 꼭 드세요.술이 없는 자리는 재미가 없다고 아예 피하세요. 오늘도 마트 앞에 나란히 섰는데,나는 괜히 마음이 복잡해졌어요. 아빠는 늘 마트에서 2,360원짜리 소주를 5~6병씩 사요.오래된 습관처럼, 익숙한 리듬으로 배낭을 메고 조용히 시장 골목을 걸으세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