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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의 정원

나의 사랑스러운 세탁기가 열심히 잘도 돌아간다. 독립할 때 산 첫 세탁기이다. 그때는 돈도 없었고, 잠시 쓰다가 중고 시장에 내놓을 요량으로 산 3kg 용량의 세탁기와 벌써 12년째 동거 중이다. 나는 현재 백수다. 백수가 된 지 2년이 넘었다. 몸과 마음이 아팠다. 몇 개월 쉬고 나면 회복되겠지 했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아파졌다. 돈이 떨어졌고, 가족과 친구들한테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세상 지질한 나와 조우하면서 내가 가진 모든 것에 분노가 일었었다. 나의 세탁기에게도. 우리 집은 상가건물 2층에 있다. 배달 오토바이 소리에 신경이 곤두서고 올라오는 담배 냄새에 화가 치밀었다. ‘저 집 망해버렸으면 좋겠다.’ 게다가 이놈의 집 하수구는 정말 자주 막힌다. 주인아줌마한테 전화하면 ..
뜬마음잡기
2025. 1. 23. 2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