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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아닌 곳을, 길인 줄 알고
정원지기 엘리
2025. 4. 25. 15:48
게임을 하다 보면,
하늘을 날다가 ‘툭’ 튕겨 나오는 구역이 있어요.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허락되지 않은 경계.
그동안 나는
자꾸만 그쪽으로 가려했던 것 같아요.
익숙했던 일로,
이전의 자리로,
한때 능숙했던 역할로요.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건 비활성화된 구역이었어요.
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저는 계속 그쪽으로 가려했어요.
튕겨 나오고,
다시 가고,
또 한 번 더 가고…
그게 내 길이라고,
거기에 내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놓지 못했어요.
사실,
예전 스테이지로 돌아가려면
방법은 있었던 것 같아요.
그 길이 아예 없진 않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의 저는
거기선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어요.
돌아가도,
다시 시작되진 않더라고요.
그 문은,
조용히 닫혀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요.
게임에도
설정된 진행 방향이 있잖아요.
플레이어가 가야만 하는 길,
새로운 퀘스트가 시작되는 곳.
지금 나는
그쪽으로 가야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아직은 낯설고,
잘 보이지 않지만…
어쩌면 그건
이제 막 열리는
내 인생의 다음 스테이지일지도 몰라요.
저는 여기서,
다음 스테이지로 이동합니다.
엘리의 정원에서.